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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민화, 쉬운게 아니구만요"
창작민화를 해보자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정말 신났었다. 뭔가 나도 이제 창작을 하는구나 싶었고, 내가 뭘 그리면 좋을까 하는 생각에 괜히 들뜨기도 했다. 전통민화를 2~3년 정도 그리고 있었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선생님이 "이제 선생님도 창작민화 한번 준비해 보는 게 어때요?"라고 하셨고, 그다음 작품부터는 창작으로 해보자고 제안하셨다.
그때는 아~싸~!! 나도 창작한다~~ 라는 기분에 심취해 창작이라는거 쉬울 줄 알았다. 어려울꺼라곤 생각도 못했다. 재미만 있을 줄 알았지. 근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남들이 창작의 고통이 어떻다는 말을 하면 속으로 '음~그렇구나~' 하고 별 생각 없이 넘겼는데, 직접 해보니 내 머리가 터질 것 같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창작민화를 해보자는 말에 마냥 신났다
전통민화를 그릴 때는 정해진 본이 있다. 물론 그대로 베끼는 것은 아니지만, 원본의 느낌을 얼마나 잘 살렸는지, 색감을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집중하면 된다. 그래서 그 느낌을 얼마나 어떻게 더 잘 살리는 지만 생각 하면 되니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반면 창작민화는 시작부터 달랐다. 무엇을 그릴지,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어떤 소재를 사용할지, 어떻게 배치할지까지 전부 내가 결정해야 했다. 처음에는 '나도 이제 창작을 하는구나.' 하는 설렘이 더 컸는데, 막상 빈 종이를 앞에 두고 앉으니 뭘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그때부턴,, 진짜 머리가 뽀개지게,, 고민하는 일만 남았다.
전통민화와 창작민화는 시작부터 달랐다
전통민화는 원본이 있으니 무엇을 그릴지부터 고민할 일은 없다. 도안을 뜨고 색을 입히면서 원본의 느낌을 얼마나 잘 살릴지만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창작민화는 본부터 내가 만들어야 했다. 도안이 없으니,, 그림 그리는건 시작도 못한다. 본 하나를 잡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고민했던 적도 있다. 박물관도 가보고, 전시회도 가보고, 책도 뒤졌다. 민화 소재를 어떻게 가져와서 어떻게 풀어볼까 계속 생각했다. 앞에 그리고 있는 작품은 작품대로 그리고 있으면서도 머릿속은 다음 창작민화 생각뿐이었다. 어떤 소재를 넣어야될까, 이 그림에 어울릴까, 다른 그림이 더 어울리지는 않을까, 왜 이 소재를 넣었냐고 물으면 나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했다.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던 것 같다.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 결국 다 엎었다
창작민화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것이다. 소재 하나 넣었다가 빼고, 다시 넣었다가 또 빼고.. 이게 괜찮아 보이다가도 다음날 보면 또 아닌것 같고, 다시 다른걸 올려보면 이상하고.. 그렇게 넣었다 뺐다를 주구장창 반복하다가 결국 그 소재 자체를 아예 쓰지 않고 다 엎어버리기도 한다. 아닌거 같을 땐 과감하게 접고 시작한다. 머리를 비우고 다시 시작해야지..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마음에 드는 도안이 나오지 않을땐 그 소재를 계속 붙잡고 있는 것 보단 새로 시작 하는게 훨씬 낫다.
일반인들이 보기엔 창작민화라 해도.. 기존 민화에 소재 하나 정도 더 추가 된거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엔 음~ 저게 올라갔네? 라고 생각 했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안다. 그 포인트 하나 달리 하기 위해 들어간 시간과 노력이 어마무시 하다는 것을.. 그래서 지금도 새 작품 도안을 완성하기까지는 내 머리는 엄청나게 복잡하다. 뭘 해야 할꼬,, 뭘로 그려야 하지.. 아놔.. 누군가의 어깨를 잡고 짤짤 흔들며 나 이제 뭐하죠? 라고 물어 보고 싶을 만큼..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래도,,, 그 긴 고민 끝에 '이거다.' 싶은 도안이 딱 나오는 순간이 있다. 그 맛을 알아버렸으니,, 어찌하겠어,, 내 머리가 터질 것 같아도 나는 또 창작민화 도안 짜러 가는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