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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털 한 올 한 올, 세필붓으로 다 쳐야 한다는 거 알아?
민화 호랑이 그리기
민화를 어느정도 그리다 보면 이제 슬~ 호랑이에 눈이 가기 시작한다. 호작도 처럼 무늬만 있는 호랑이 말고 털이 풍성한 호랑이. 그게 아니라도 호피 장막도나,, 호피도나.. 이런게 슬 눈에 들어오는 시기가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을때 얼른 그려야지 라고 생각한 나는.. 다음 작품으로 호랑이를 그리겠다고 호기롭게 얘기했다. 물론 사이즈는 차에 실을 수 있는 제일 큰 사이즈로. 무슨 정신으로 그랬을까.. 주위에서 다들 말릴 때 들었어야 했다. 도안 뜰때까지만해도 신났다. 다른 그림보다 그릴 것도 없으니,, 슝슝~ 빠르게 작업할 수 있었다. 호랑이 도안은 생각보다 단조롭다. 꽃잎이 흩날리길 하나,, 잎사귀가 있나,, 대형 그림 치곤 헐빈한 호랑이 도안은 그렇게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 아니다 밑작업 할때까지도 신났다. 연한 호랑이 바탕색으로 슥슥~ 연하게 색감만 올려주면 끝이니까,,딱 거기까지만 호랑이를 그리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이였다.
본격적인 호랑이 털치기, 기계처럼 쳐야한다
본격적으로 호랑이 털치기 작업에 들어갔다. 화실 쌤들이 자꾸 옆에서 화이팅을 외쳐준다. 나는 그 이유를 몰랐다. 처음이였으니까.. 나름 슥슥- 몇가닥 긋고는 다했어요~~ 라고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이 무슨소리 하냐며 아직 멀었다고 계속 치란다. 세필붓으로 계속 계속.. 화실에 앉아있는 시간동안 털만 주구장창 쳤다. 그래도 끝나지 않는다.. 너 어디 털 쳤니? 소리가 나올 정도로 티도 안난다. 숙제도 집에서 털쳐 오기다. 날 잡고 앉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TV를 틀어 놓고 죽죽- 선만 계속 쳤다. 무의식적으로 계~~ 속 털을 치면 된다. 내눈에 화판 밑색이 보이지 않을 만큼 털을 쳤기에 다 했다고 들고 갔더니,, 선생님은 아직도 멀었단다. 더 풍성하게 해야한다고..그리고 털은 한 색깔이 아니니까 여러색으로 올려줘야 한단다. 그렇게 털을 치면서 세필 붓 몇자루를 해 먹었다. 처음엔 못느꼈었는데 어느순간 털이 뭉툭해지는거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붓을 너무 세워잡아 끝으로만 털을 치면 붓이 뭉툭해진다고 한다. 눕혀서 슥슥 쳐야 붓이 안나간다는데,,, 처음 치는 털이라 그런거 안들린다. 호랑이 한마리에 붓 2~3자루는 해 먹은거 같다.
다음 호피 작품, 작업을 줄이다 들킴
첫 호랑이 작품이 완성되고,, 어쩌다보니 두번째, 세번째 작품도 호랑이 아니면 호피관련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래도 처음 해봤으니까 호기롭게!! 할 줄 알았으나.. 힘든걸 아니까.. 도안 작업하면서 털쳐야 하는 부분을 나는 무의식적으로 작게 줄이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털이 조금만 들어가도 되겠네,, 요령을 피우기 시작한거다. 털치는게 그만큼 무섭다. 근데 어쩌나 선생님한테 딱 걸렸다. 구도가 안 맞으니 원상복구해서 그리라고.. 그냥 열심히 그려서 완성도를 높이세요~ 란다. 그럼 그렇지.. 약간의 요령을 피우려다 전체적인 그림을 망칠 뻔 했다. 그래도 털치기는 많이 싫은데,,, 어쩌겠는가 이왕 시작했으니 열심히 해야지.. 주구장창 두번째 세번째 그림도 또 열심히 쳤다. 화실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자기는 반년은 맨날 털만 치고 있네~~ 할정도로 열심히 쳤다.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아주아주 뿌듯하다. 같이 그림 그리는 사람들한테는 자랑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음 도안을 그릴 때면 아직도 제일 먼저 보는 게 있다. '털 작업해야하는게 있나? 얼마나 들어가지?'. 털 잡업을 열심히하고 완성하고 보면 예쁘다는거 나도 안다. 멋지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나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갈려나가는 세필붓은 나만 아니까. 피하고 싶은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