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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 민화 강좌가 끝나고 출산을 한 뒤,, 신랑의 타지역 발령으로 이사를 했다. 거리 상 태교하며 배우러 다닌 문화센터는 갈 수 없었고,, 출산 후라 이미 배도 홀쭉했으니,, 태교 강좌에는 들어 갈 수도 없긴 했다.

 

헛헛하고 아쉬운 마음 가득 담아,, 민화 관련 서적을 뒤지며 혼자 해보겠다고 붓도 사고, 종이도 사고, 물감도 사보았다. 그러면서 같이 그림을 그리던 언니들한테 연락을 했더니,,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이였던것 같다. 자기도 붓이랑 이것저것 다 샀다고,, 얼른 다시 그리고 싶다고..

 

그럼 뭘 하나..

 

혼자서는 선도 제대로 못 치고, 바림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왕왕왕 초보인 것을.. 책을 펼쳐 놓고 따라 해봐도 내가 기억하는 그 느낌이 아니였다. 선생님이 옆에서 한 번 슥 보여주시던 게 얼마나 큰 도움이였는지,,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출산 후 갓난쟁이 육아에 치여 허덕이는 세월을 보내고 나니,, 다시 생각나는 건 민화였다.

 

24시간 아이만 바라보고, 아이에게 맞춰 생활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것 같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민화 화실을 검색했다. 열심히 꼼꼼히 찾지도 않고,, 그냥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찾아 전화를 걸었다.

 

아기가 어린데,, 몇시에 수업하는지, 몇시간 정도 수업하는지, 무슨요일인지.. 

지금 생각하면 그림보다 시간이 더 중요했다. 아이를 맡기고 다녀 올 수 있는 시간인가 아닌가가 제일 중요했기에.. 

 

그렇게 첫 민화 화실을 찾아가게 되었다. 처음 갔을 때는 조금 어색했던것 같다.

그래도 선생님은 너무 반갑게 맞아주셨고,, 수강생분들도 하나둘 들어오시면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첫 화실을 마주한 느낌은.. '아, 여기 분위기 나쁘지 않네.' 이런 느낌이였다.

화실을 가봤어야 말이지,, 첫 화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각자 자기 그림만 그리고 멀뚱 멀뚱 할 줄 알았었는데,, 옆사람이 무얼 그리는지 구경도 하고, 색감이 예쁘면 너무 예쁘다며~ 한마디 붙여보기도 하고, 완성을 다 해 갈 즈음이면 부러운 눈길을 잔뜩 보내며 정말 부러운 티를 내기도 한다. 같은 그림을 그려도 사람마다 그림이 정말 다 달랐다. 똑같은 모란도를 그리는데도 누구는 진한 색을 좋아했고, 누구는 연한 색을 좋아했다. 같은 도안인데도 전혀 다른 그림처럼 보이는게 신기했다.  그 사람의 개성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색감도 다르고, 선에서 느껴지는 힘도 다르고, 전반적인 느낌이 다 다르다. 그래서 그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참 컸던것 같다.

 

오전 시간 그림을 그리고 점심시간 즈음 되면 하나 둘, 그날 함께 먹을 간식을 꺼내놓고 같이 먹기도 하고, 어떤 날은 점심도 먹고,, 

후딱 먹고 또 제자리에 앉아 손은 붓질을 하면서 입으로는 끊임없이 쫑알 쫑알,, 사는 이야기를 하며 하하호호 웃고 있었다.

 

지금도 첫 화실을 떠올리면 그림보다 그 웃음 소리가 먼저 생각이 난다. 그림 그리러 갔는데,, 사람 만나고 왔다는 표현이 더 맞는거 같기도 하다. 

 

민화는 평생 그릴 수 있는 그림이었다

그 화실에는 최고령 학생이 있었는데,, 나이 80넘은 할머니셨다. 한손엔 돋보기를 들고,, 한손엔 붓을 들고,, 손은 예년만 못하게 떨려 선치기가 힘들어도 화실에 나오셔서 끝까지 정갈한 그림을 그리려고 정진하는 할머니셨다. 그 모습이 참 대단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민화가 40~50년 가져갈 수 있는 취미가 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그때는 막연한 생각이였지만,, 지금도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는 걸 보면 그 생각이 아주 틀린 건 아니였던것 같다.

첫 화실은 2~3년 정도 밖에 다니지 못했다. 또다시 이사를 하게 되면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고민이 없었다. '이번에는 어떤 화실로 가볼까,, ' 하는 생각 뿐.

 

지금도 그렇게 옮긴 화실에서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가끔 생각한다. 첫 화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도 민화를 그리고 있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한것 같다. 민화를 오래 그리고 싶다면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그 화실에서 시간을 함께 보낼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다. 어디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려나? ㅎㅎ

무튼 그렇기에 민화 화실은 그림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좋은 그림을 배우러 가는 것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마음도 분명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