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민화 색감, 밝으면 날리고 어두우면 칙칙해
어느정도 그림을 그리다보면 선생님이 알려준 색을 칠하기보다 본인이 원하는 색감을 만들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어떤어떤 색을 섞으면 어떤색이 나온다 정도는 알고 있으니,, 내가 원하는 색감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섞어 본다. 화사하게 흐드러지는 꽃그림을 그릴때,, 화사하게 만들겠다고 밝은 느낌의 핑크를 넣었더니 핫핑크 꽃밭이 되서는.. 날리는 느낌의 그림이 나왔다. 그래서 그거 다시 엎을꺼라고.. 어두운 색을 많이 섞어서 색을 눌렀더니... 그림이 왜이렇게 칙칙해 지는건지,,,아놔- 화사하게 밝으면서도 차분하게,, 그렇다고 칙칙하지는 않게 하는 그 중간 어디의 색 찾기는 참으로 어려웠다. 그림을 그리기전엔 정해진 색으로 정해진 물감을 섞어서 그 색으로만 그림을 그리면 되는 줄 알았다. 근데 막상 그림을 그리다보면 내가 원하는 색이 딱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이것 저것 섞으면서 도대체 내가 뭔 색을 넣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서 쓰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어!! 이거다!! 싶은 색이 나온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조색이 나오고 나면 그제서야 그림에 그 색을 올려 본다.
조색하다 색 다 쓰고 앞이 캄캄했던 기억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난다. 아무생각 없이 신~나게 조색하고 원하는 색감 찾을때까진 좋았다. 그걸로 꽃잎도 칠하고~ 바림도 하고~ 딱 맞는 색이다 싶으니 신나게 칠하다보면.. 그 색이 모자르다... 어... 아직.. 칠해야할 꽃잎이.. 이만큼이나 남았는데... 조졌네.. 싶다. 그제서야.. 어... 어떻게 만들었더라? 하고 파레트를 쳐다본다. 이미 이색 저색 섞여서는 엉망진창 된 파레트를 본다고 내가 무스무슨 색을 섞었는지 알리가 있나.. 그냥..ㅋ 또 무식하게 처음부터 만들기 시작한다. 이번엔 원하는 색을 찾아서가 아니라.. 아까 그림에 칠했던 꽃잎색을 찾아서..ㅋㅋ 이색 넣어보고 이거였던가? 아니 이건가?? 아.. 이거 이제 비슷한가? 이래저래 하다보면 똑같지는 않겠지만 정말 얼추 비슷하고 흡사한 색깔이 나온다. 그럼 또 신나게 색칠하며,, 꽃잎 부분을 완성한다.. 미리미리 계산하고 계획해서 그리면 훨씬 효율적으로 그릴 수 있을 텐데,, 이상하게..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시간이 두배로 들더라고.. 기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했는데 지금도 기록 없이 감으로
그렇게 민화를 그린 시간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지금은 조색할때마다 색배합을 꼼꼼하게 기록 할까? 아니~ 전혀 아니다. 지금도 안한다. 사실.. 초반엔 수첩에.. 물감색 찍어놓고 어떤색인지 적어놨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 색이 처음 색과 같지 않고, 내가 원하는 색은 그 당시에 썼던 색이 아니니.. 그 수첩을 별로 들여다 보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기본적으로 어떤색과 어떤색을 섞으면 대충 어떤 계열의 색이 나온다는 걸 알기에,, 그냥 필요한 느낌이 있다면 이것저것 섞어본다. 비율을 재거나 적어놓고 정량화 하기보단.. 여전히.. 그냥 감이다. 감이 최고다.
그림을 그리다가 보면 그림 크기에 따라,, 그리고 그림 느낌에 따라 같은 그림일지라도 조금 더 밝게, 조금 더 어둡게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그 느낌에 맞춰서 색을 섞는다. 그림 전체를 보면서 그때 그때 내가 원하는 색을 찾아가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참 웃기다.. 초반엔 어떤색을 해야 할지 몰라., 선생님이 알려주는색만 쓰려고 딱 고집했었는데,, 이제는 그냥 내맘대로 한다. 이제는 색 만드는것 까지 나의 그림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똑같은 색을 정확하게 다시 만드는 것보다 이것도 자연의 색이지~ 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에 어떤색이 필요할 지,, 보고 조금씩 맞춰 가는게 더 익숙하다.
기록을 해놓지 않으니,, 색 배합에 어떤 완벽한 공식이 생긴건 아니다. 단지 헤매는 시간이 조금 줄었을 뿐..ㅋㅋㅋ 그러면서도 여전히 기록은 없다..ㅋㅋㅋ 앞으로도 마음에 쏙 드는 색을 만들어 놓고.. 다 써버린뒤에,, 아놔, 이거 어떻게 만들었더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나다-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