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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낙관, 이름 찍기가 부끄러웠다
민화를 한참 그리다보면 그림 한 귀퉁이에 낙관을 찍기 마련이다.. 근데 이 낙관을 찍을 때마다.. 어느순간부터 묘~~ 하게 부끄러운 느낌이 드는거다. 뭐랄까.. 여기요~~ 여기 내가 있어요~~ 나 OOO 이가 그렸어요~~~ 라고 말하는것 같아서.. 내 이름이 찍힌 그림을 보고있으면 대놓고 동네사람들~~ 이 그림 내가 그렸어요~!!! 라고 말하고 있는것 같아서 많이 부끄러웠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니 경력과 연차가 많이 쌓이신 분들은 다들 호를 갖고 계셨다.
나를 감추면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오호? 호를 갖고 낙관을 호로 찍으면 나를 감추면서 나를 표현 할 수 있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호를 모르는 사람은 그저 작관을 그림의 일부로 볼 것이고, 나를 아는 사람을 내 호를 보며 아~ 누가 그렸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호가 갖고 싶어졌고, 호를 짓기위해 여러 고민에 빠졌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로 호는 짓는 사람도 있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호로 잡는 사람도 있고, 나를 표현하는 말로 호를 짓는 사람도 있었다. 호라는 것은 정말 뭐든 그 사람을 표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호 짓기가 더욱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결론은?! 내 머리 쓰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고 생각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이름 아저씨를 불러,, 호를 지어주세요~ 했더니,, 이름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의 생일과 시간을 넣어 사주에 빗댄 호를 꽤 많이 지어 주셨다. 보통은 3개 정도 뽑아주신다던데,, 지인찬스- 오예~! 감사합니다~ 하고 받았다.
영랑이 된 이유
이름 아저씨가 주신 호에는 예쁜 것들이 꽤 많았는데,, 후보군을 추려 가족들에게 물어봤었다. 화담,화정,영랑, 등등등 .. 아니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한테도 물어보고 지인들한테도 물어보고 내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아는 모든 이에게 물어봤던것 같다. 그렇게 물어보다보니 예쁜 후보군 중에서도 나와 이미지가 제일 잘 맞다며 하나같이 추천해 준 호가 있었는데,, 그게 영랑이였다. 동글동글 발음도 쉽고 어감이 예쁘단다. 그렇게 나는 영랑이 됐다. 화담이나 화정이는 왜인지 모르지만 나와 어울리는 느낌이 아니란다. 땅땅땅! 그럼 앞으로 영랑이로 호를 써야겠다고 가족들한테 말하니 이제 호도 가지고 진짜 그림그리는 사람 같다며 격려와 축하를 받았었다.
호로 만든 낙관을 찍고 달라 진 것
나만의,, 나를 표현하는 호가 생기고, 그 호를 낙관으로 제작해서 그림의 마무리로 땅! 하고 찍었을때의 그 느낌은 이름으로 만든 도장을 찍었을때와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뭔가 이제서야 정말 그림이 완성 된것만 같고,, 부끄러운 느낌도 전혀 들지 않을 뿐더러 분명히 내가 그렸고 저 호도 나의 것인데,, 내가 그렸다는 느낌이 옅어졌다. 이름도장으로 그림에 찍었을 때엔 나 OOO이 이 그림을 그렸음! 이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호로 만든 낙관을 찍었을 땐,, 영랑이라는 베일에 쌓인 OO이가 그렸음.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내 이름을 찍을 때보단 확실히 그림을 그리고 낙관을 찍을때 더 자신감이 붙은것 같다.
호, 사실 어렵지 않다
그림을 그리기 전엔 호가 있는 사람을 보면 뭔가 엄청 대단해보이고 그 사람을 표현하는것 같고, 약간의 거림이 들면서 나는 가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었던것 같다. 그렇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누구나 좋아하는 걸로, 내가 좋아해도 되고, 어쩌면 그 호로 인해 내가 생각 나는 걸로 만드는게 호인데,, 너무 어렵게만 생각했던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호는 여러개를 쓸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작가는 예명처럼 시대별로 호를 다르게 사용하기도 했다고 하고,, 활동이력을 비밀리에 하고 싶다거나 나이지만 내가 아닌 듯한 느낌을 주고 싶을때 여러개를 사용했다고도 한다. 그렇게 호가 어렵지 않게 생각 된 지금의 나는 앞으로 내 작품의 화풍이 여러개로 나눠진다면 예명처럼 화풍마다 호를 다르게 써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호는 나를 표현하는, 나는 이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혹은 그 호로 인해 내가 생각나는 그런 베일에 쌓인 내 이름이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