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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전이 있는 날, 어쩌다보니 내 그림이 걸려 있는 전시회에서 알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루만 해도 된다고 했었는데,,이틀하겠다고 지원해서 전시장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내가 보는 전시가 아닌 지키는 사람으로 앉아 있으니,, 느낌이 새로웠다. 

민화 전시 알바, 하루만 해도 된다는데 이틀을 잡았다

규모가 꽤 있는 회원전 참석이라 내 그림은 딱 한점 걸려있었고, 그 당시에 내가 그린 연화도를 벽에 걸었다. 특별히 연화도를 골랐다기 보단,, 그냥 그 시기에 완성된 그림이 연화도였던거지,, 연화도를 내고싶어서 낸건 아니다. 해마다 출품하는 공모전과 전시가 애법 있다보니,, 골라서 내기보단 때때맞춰 완성된 작품을 출품하는게 좀 편하다고 할까.. 무튼 그렇게 연화도를 걸고 전시 알바를 자청해서 앉아 있었다. 오전 오후 알바를 나눠서 섰는데.. 나는 오전 시간만 했다. 오전시간만 지키고 앉아 있으면 하루에 5만원을 받았다. 두어시간 전시장에 앉아 있고 5만원이니,, 꽤 쏠쏠했다. ㅎㅎ 나랑 관련이 없는 전시도 아니고 내 그림이 걸려 있는 곳에 사람들이 오며가며 하는걸 보는게 좋았다. 그래서 하루 더 할 수 있다고 이틀을 앉아 있었다. 그렇게 전시장에서 손님들이 드나들며 어떤 그림앞에서 오래 머무는가,, 어떤 그림을 좋아하나.. 이런걸 보고 있으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전시장 입구 책상에 앉아 있으니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책상에 앉아 있었다. 손님들이 들어오면 팜플릿 같은걸 챙기고, 궁금하거나 필요한게 있으면 안내를 했다. 전시를 알고 찾아오신 분들 대부분은 저희가 알아서 볼께요~ 하고 천천히 둘러보는데,, 정말 전시를 처음보러 온 분들은 이게 어떤 그림인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이것 저것 궁금한것들을 질문하기도 한다. 그렇게 손님맞이를 하는 중에 손님들이 방명록을 작성하는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어떤 분들은 나- 여기 왔다가요!! 하는 것처럼 방명록을 일부러 찾아 작성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방명록을 보고도 슥~ 회피하기에.. 방명록 작성해주고 가셔요~ 라고 잡아도 아니예요~~ 하면서 뒤로 쏙 빠진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전시장에 오는 손님들한테서도 개개인의 성향이 보이는구나.. 싶었다. 특히 그림을 하나하나 정말 차분하게, 엄청 꼼꼼하게 보고 가시는 분이 있었다. 나는 당연히 방명록도 작성하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부탁드리니.. 그 분은 그런티를 내고 싶지 않았던건지,, 조용히 거절하셨다. 뭐랄까.. 저분 혹시 은둔고수 아냐?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민화 전시 손님, 모두 그림을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민화전시를 찾아오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래도 그와 관련된 업계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 전시를 하면 작가마다 자기 손님들이 오기도 하고, 주변에 그림을 그린다는걸 알리면서 초대하기도 하니까,, 전시장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업계에 있겠거니 했다. 그런데 전시장에 앉아 있다보면 전혀 다른사람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우리가 전시했던 곳이 문화회관 같은 곳이다보니,, 다른 공연을 보러 왔따가 시간이 남아서 들어 오는 사람도 있었고, 다른 강좌를 들으러 왔다가 잠깐 들르는 사람도 있었다. 오롯이 이 민화 전시 하나를 보려고 찾아왔다기 보단,, 어? 여기 전시하네? 보고 가야지~ 하는 느낌으로,, 그렇게 전시장에 들어온 분들의 반응을 보고 있으면 .. 그림을 시작하기 전의 내가 생각났다.  그저 우와~ 예쁘다,,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그렸지? 이런 감탄의 반응들..ㅎㅎ 나도 그림을 전혀 몰랐을 때는 그냥 그런 마음으로 봤었으니까,, 민화가 담은 의미라던가,, 어떻게 그렸다던가.. 이런것보단.. 그냥 내 눈에 예쁘면 한참 보고 있고,, 신기하면 가까이 가서 보고 그랬던것 같다. 

사람을 이끄는 그림이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

전시장 알바를 하면서 여러 작가들의 그림을 계속 보고 있으니 재미있는게 하나 있었다. 작품이 여러점 걸려있어도 이상하게 사람들이 자꾸 멈추는 그림이 있다는거다. 나도 유독 눈이 가는 그림이 있었는데 관람객들도 비슷했다. 그냥 슥슥 지나가는 그림이 있는 반면에 멈춰서 한참을 보고, 가까이 다가가서 다시 보고 우와.. 하는 그림이 있었다. 그런 장면을 계속 보고 있으니 사람을 이끄는 그림이라는게 따로 있는것 같았다. 그렇게 나도 욕심이 생겼다. 나도 그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누군가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보고 한참을 머물게 되는 그림. 나도 그렇게 사람을 이끄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내 작은 연화도 옆 큰 연잎밭, 사람들 반응은 달랐다

재미있는건 사람들이 많이 머물던 작품 중 하나도 연화도였다는거다. 내 작품도 연화도였다. 그런데 내 그림은 단일 꽃으로 그린 작은 연화도였고,, 사람들을 제일 머물게 했던 그림은 옆으로 큰~~ 연꽃잎밭이 펼쳐져 있는 연화도였다. 같은 연화도인데 느낌은 완전 달랐다.연잎 색이며 연꽃 색이며 그림이 풍기는 느낌이 뭐랄까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냥 휙 지나가지 않고 한번씩 머물러서 보는거지..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니 신기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도 보는 눈은 비슷하구나.. 나도 눈이 가는 그림인데 다른 사람들도 그 그림에 눈이 가는구나... 끌림이 있는 그림은 확실히 무언가 다른 느낌이 있는것 같았다. 그림을 배워야만 알아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보는 순간 눈길이 가고, 한번 더 보게 되는 그림이었다.

손님 없을 때 전시장에 멍하니 앉아 그림을 보면

전시 알바 할때,, 관람객들과 함께 그 반응을 구경하는것도 재밌었지만,, 손님이 아무도 없을때의 전시장도 좋았다. 사람이 없을때의 조용한 전시장에 혼자 앉아 멍~~~ 하게 그림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림이 가진 좋은 기운들을 가득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또 전시 알바를 할꺼냐고 물어보면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요~!! 라고 대답할련다.. 돈도 쏠쏠하고.. 좋은 의미 가득한 그림들 사이에서 좋은 기운 가득 받아 나올 수 있으니까,,